장남 유하의 육아일기 83

대학생 형, 누나들이 읽기 쉽게 쓰면 되잖아

2023년 12월 31일 오전  올해도 새해를 맞이하여 캠프(12월 30일~1월 1일)를 왔다.나라현 소라무라에 있는 선 빌리지라는 곳이다. 벌써 4번째 찾아 온 이 곳. 2023년 11월부터 나를 매우 힘들게 하는 원고가 있었다.일본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한인 교수들과 함께 책을 쓰고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글쓰기 방법과 전혀 달라서 좀 처럼 진행이 안 되었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다른 교수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포기할까 말까 내적갈등이 매우 심했다. 캠핑 2일차 오전. 유하와 둘이서 캠핑장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고민이 있을 때, 간혹  유하의 의견을 묻는다. 오늘도 물어봤다. 사실 엄청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냥 말을 하면서 고민이 어느정도 정리되기에...하는 것이 맞을 ..

심장이 벌렁 벌렁 거렸어...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하교 후(뭐가 그리 바빴다고 6개월만에 글을 쓴다...) 집으로 출발 하기 전에 현영이에게 전화가 왔다.유하가 친구랑 다퉜다는 내용이다. 집에 돌아와 유하에게 물었다.'유하야, 오늘 친구랑 다퉜다고 들었는데...자세히 물어 봐도 될까?' 나의 물음에 '싫어. 안 말하고 싶어'라고 답하는 유하. 알겠다고 해 주고, 재차 물었다'그럼 아빠 이야기는 들어 줄 수 있어?' 다행히  들어 준단다.사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 다만,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나는 곧잘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 준다. 그 이야기를 들고, 유하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닫기를 바라서 이다.아마도 친구와의 첫 싸움에 많이 놀랐을 텐데...괜찮니? 놀라고 당황스러운 감정은 자연스러운거야.....

아빠를 좋아한다는 증거야!

2023년 11월 20일 일요일 저녁 18시 30분 저녁밥 먹기 전 유하와 동하가 돈을 모으고 있다. 칭찬 스티커를 모아서 용돈을 받기도 하고, 놀러온 할머니나 이모, 삼촌들에게도 가끔 용돈을 받는다. 그렇게 모은 돈이 어느새 유하는 3만 7천엔(37만원), 동하는 3만 2천엔(32만원)이나 됐다. 같이 돈을 세면서, 내가 대단하다고 폭풍 칭찬을 해 줬다. 그러다 문득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유하의 돈 2천엔을 손에 쥐면서 '유하야~ 이거 2천엔 아빠 주면 안돼?'라고 기습 질문! 내 질문에 유하는 약간 고민하다가, '그래!'라고 하면서 나에게 2천엔을 줬다. 캬~~ 나와 유하의 모습을 지켜보던 동하가 갑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더니 '5천엔'을 준다. '아빠, 이거 줄게!' 윙? 나에게 5천엔을 주는 동..

엄마, 더 자게 두자~

2023년 11월 18일 토요일 오전 9시 10분 경 평일 현영이의 아침은 매우 분주하다.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주말 아침에는 늦잠을 잘 수 있게 나름 노력하고 있다. 늦잠이라고 해도, 내가 음식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9시에는 현영이를 깨운다. 오늘 아침은 내가 유하와 동하랑 시간을 보냈다. 9시가 돼서, 동하에게 말했다. '동하야. 엄마 깨울래? 아침 먹자~' 내 말에 바로 반응한 동하는, '응! 알겠어!'라고 답하며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뛰어 올라가는 동하를 보고 유하가 외쳤다. '안돼!! 동하! 안돼!!' 꽤 다급하게 불러서, 일단 동하를 멈춰 세우고 유하에게 물었다. '유하야. 왜 엄마 깨우면 안돼?? 이유가 있어??' 내 물음에 유하의 감동적인 대답. '어제(금요일), 엄마 새벽..

하루 종일 안 팔 수는 없잖아!

2023년 10월 21일 일요일 오전 캠핑 첫날이 끝났다. 우리 모두 부시시하게 일어나, 물 한잔씩 마셨다. 어제는 내가 너무 피곤해서 유하랑 못 놀았다. 유하에게 루미큐브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제 엄마를 이긴 유하는 기세등등하며 승낙! 동하와 와이프는 옆에서 도브르를 했다. '엄마! 형아! 코 파요~'뜬금없는 동하의 고자질. 당황한 유하의 임기응변. '하루 종일 안 팔 수는 없잖아!!' ...빵 터졌다. 그러네...하루 종일 안 팔 수는 없지...코파기는 못 참지..아무렴...

그건 아빠가 일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잖아!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저녁 코도모노 쿠니로 캠핑을 왔다. 저녁으로 나베를 맛있게 먹었다. 문득 유하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유하야, 아빠가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 나의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하는 유하. '유하야, 아빠가 평소에 늦어서 같이 많이 못 놀잖아. 섭섭하지 않아?' 나에 질문에 즉답하는 유하. '아니, 안 섭섭한데!?' 재차 물었다. '왜 안 섭섭해?' 그리고 돌아 온 생각지도 못한 대답. '그건 아빠가 일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잖아!(それは、パパが仕事を一生懸命しているという証拠や!)' 오늘도 감동먹고 갑니다.... 유하야, 그렇게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맙워. 우리 행복하게 살자~

아빠, (내일) 일도 다하고 왔어? 왜에에~

2023년 10월 12일 저녁 20시 30분 경 세대면 앞에서 오늘은 귀가가 늦었다. 처리해야 하는 밀린 일들 때문이다. 우리 집 아들들은 보통 저녁 8시 30분 정도에 양치를 하는데, 내가 딱 그때 집에 도착했다. 우리 집은 현관 바로 앞에 세면대와 욕실이 있는데, 집에 들어가니 양치하는 유하가 나를 맞아 줬다. '아빠~ 오카에리(어서와~)' 유하의 밝은 목소리에 피로는 씻긴다. '유하, 다다이마(잘 다녀왔어!)'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 돌아왔다. '아빠, 일도 다하고 왔어?' 가끔 유하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주어나 목적어 등 문장에 꼭 필요한 핵심 단어를 빼먹고 말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빠, 일도 다하고 왔어? 문장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유하 돈으로 사려고~

2023년 9월 29일 저녁 식사 중 곧 유하의 생일이다.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미 현영이에게 닌텐도 장구 게임을 갖고 싶어한다고 들었기에, 그 대답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확인생물 책을 사고 싶어. 사죠~' 예상과 다른 대답에 나는 '응? 엄마가 너 닌텐도 장구 게임 갖고 싶어한다고 했는데? 아니야?'라고 반문했다. 다시 돌아온 대답 '아. 그거~ 안살래~ 너무 비싸~' 비싸서 안산다는 유하의 말에 조금 말문이 조금 막혔다. 어떨결에 나온 말. '왜? 사도 되~' 감동시키는 유하의 대답 '괜찮아. 아빠, 돈 벌려고 일하는 거 힘들잖아. 괜찮아.' 배려심... 현영이가 물었다. '그럼 유하는 안살거야?' 마지막 마음을 강타하는 유하의 말. '아니. 살건데. 근데 유하 돈으로 ..

할아버지랑 꼭 껴안고 있는거 아냐?

2023년 9월 7일 목요일 저녁 장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조사연구를 위해 한국에 갔기 때문에, 장모님이 도와주시러 오셨다.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우리 집을 와 주신 장모님. 정말 감사뿐... 집에 없는 할머니를 찾는 유하와 동하. 현영이가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짐 정리에 바쁘셨는지 전화를 받지 않은 장모님. 현영이가 유하에게 물어본다. '어라? 할머니가 전화를 안받시네. 유하야. 할머니가 전화를 안받시네~ 왜 안받으시지? 뭐 하고 있나?' 이에 유하의 순수한 대답. '할아버지랑 꼭 껴안고 있는거 아냐?ㅎㅎ' 평소에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우리집 분위기 때문일까. 전혀 생각치 못한 순수한 대답을 하는 유하를 보니, 뭔가 뿌듯하다. 유하도 사랑하는 사..

아빠는 계속 더러워 보여.

2023년 7월 9일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교회에 가는 길. 화장을 한 현영이가 유하에게 묻는다. '유하야, 엄마 이뻐?' '화장 했을 때가 이뻐?, 아니면 안했을 때가 이뻐?' 생각지 못한 유하의 대답. '화장 했을 때가 이뻐~~~ 집에 있을 때는 조금? 더러워 보여' ㅎㅎㅎㅎㅎㅎㅎㅎ 박장대소했다. ㅎㅎㅎㅎ 엄청 웃었다. 나의 웃음이 조금은 얄미웠던 걸까? 아니면 너무 웃어서 엄마가 민망할까 걱정됐던 걸까? 나에게도 한마디한다. '아빠는 집에 있든 밖에 나가든 계속 더러워 보여' ....아오!! 엄마 편이냐!! 내가 조금 삐진 척을 하니, 가만히 듣고 있던 동하가 나를 위로해 준다. '아빠는 그때도 이쁘고 지금도 이뻐~ 계속 이뻐~' ㅎㅎㅎ 동하 고마워~~~ 웃음이 끊기질 않는다. 좋다. 이게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