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유하의 육아일기 83

십초? 아, 식초. 헤헤

2025년 2월 18일 화요일 저녁 이사 준비에 분주하다. '자기야, 식초는?'(어떤 맥락에서 나온지 모르겠다 ㅎㅎ) 옆에 듣고 있던, 동하가 끼어 든다. '나 십초 알아~~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맞지? 십초!' ????어리둥절이다. '응?? 오 동하! 이제 초도 셀 줄 아네~ ㅎㅎ. 근데 동하야, 갑자기 왜 초를 센거야??' '아빠가 엄마한테 십초는? 이라고 말 했잖아~~~'  ???? ''아빠가??? 아닌데. 말 안 했는데' '했잖아!! 십초는? 이라고 했잖아!' .....?! 아! 식초!! '동하야, 십초가 아니라 식초라고 한거야 ㅋㅋ 오스(일본어로 식초)ㅋㅋ' 동공이 흔들리는 동하. '아, 식초ね~' 그러면서 자리를 이탈하는 동하. 웃겨 죽겠다 진짜 ㅋㅋ

바래다 줘서 고마워! 사랑해. 쪽!

2025년 1월 31일 금요일 오전 등교길 비가 온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는 유하지만, 학교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비가 오면 바래다 주기도 한다. 교문 앞에 도착하면, 유하는 친구들이 걸어오고 있는지부터 살핀다.친구들이 오는데, 차에서 내리면 부끄럽다나 뭐라나. 앞, 뒤를 살피더니 차에서 내려서 걸어 간다. 이때는 유하는 참 시크하다. 뒤도 안 돌아 보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오늘 또한 그랬다. '즐기다 와~~'라는 내 말을 뒤로 한 채, 7미터 쯤 걸어간 유하가 돌아 온다. ?? 왜 돌아오지? 운전석으로 오길래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아들, 왜? 뭐 놓고 갔어?'  내 말에 귀를 대란다. 귀를 가져다 대니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나를 울린다. '아빠, 바래다 줘서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

에~~ 그럼 아빠가 엄마의 마지막 남친이야?

2025년 1월 말 그 어느 때 남자친구, 여자친구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으면 사귀게 된다고. 그걸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하고, 파트너라고도 한다고. 남친, 여친이 일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지면 결혼을 하게 되는데, 엄마랑 아빠가 그래서 결혼해서 유하랑 동하가 태어났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유하가 한 마디 한다. '에~~그럼 아빠가 엄마의 마지막 남친이야??' ... 응! 그렇지. 그렇지...그렇...지? 맞지???ㅋㅋㅋㅋㅋㅋ

실망했어. 근데 그나마 다행인 건 나를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2025년 1월 말 그 언제쯤 학교에서 돌아 온 유하의 표정이 평소와 다른 것을 느낀 와이프가 물었다. '유하야, 무슨 일 있었어?' 누군가가 물어봐 주기를 바랐던 걸까. 쉽게 마음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 유하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응. 오늘은 실망스러운 일이 있었어. 마소라짱이 이제는 다른 애가 좋아졌대.''근데 그나마 다행인건, 나를 모르는 애라고는 하지 않았대.''만약 그랬다면, 나 상처 받았을 거야.' 그랬구나. 좋아했던 친구가 이제는 다른 애가 더 좋다고 가 버렸구나.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유하야, 아빠는 그 경험이 너를 성장시킨다는 뻔한 말로 위로 해 주고 싶지는 않아. 그것보다는 지금 네가 느낀 그 슬픔, 실망이라는 감정 또한 너의 것이니 그 또한 소중히 했으면 해.  그리고..

마소라짱이 그게 멋있대...

2025년 1월 4일 토요일 저녁식사 중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는 유하. 덥수룩하다...지저분하다..으윽...앞머리만 뒤로 넘겨서, 이마만 보이게 해도 인물이 확 사는 유한데... '유하야~ 머리 조금만 다듬으면서 기르자~' '유하는 이마가 보이는 게 더 멋있어~~' 바로 싫다는 유하.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한 소리 해 버렸다. '아니! 기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마만 좀 보이게 살짝 다듬으면서 기르자고''왜? 마소라짱이 머리 내리는 게 멋있다냐?' 땡그란 눈으로 나를 바로 보는 유하. '응. 마소라짱이 앞 머리 내리는 게 멋있대' ..... 그러면 못 올리지...크흑...사랑 앞에선 그 어떤 이유라도 무용지물이다. 졌다.... '알겠어. 아들. 별 수 없지. 그리고 마소라짱이 앞 머리 내리는 ..

엄마, 맥주는 어떻게 많이 마실 수 있는 거야?

2024년 11월 어느 날 최근 두 달간 새집을 알아 본 다고 분주했다.집 보고 온 저녁은 피곤해서 인지 맥주가 땡긴다. 와이프와 그렇게 하루, 이틀・・・마시다 보니 유하가 궁금했나 보다. '엄마. 물은 한번에 많이 못 마시잖아' '근데 맥주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마실 수 있는 거야??' .... 그러....게?  관찰력 뛰어난 유하...ㅎㅎㅎ 적당히 마실게^^

응? 욕실이 크잖아!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저녁 오전에 이사 갈 집에 다녀 왔다.최종 계약 전, 집의 하자 여부를 확인하는 위해서다. 참 마음에 드는 집이다.꿈 속에 그리던 그런 집이라서 기대되는 나날이다.  집에 다녀 온 후, 유하에게 물었다.'유하야. 오전에 우리 이사 갈 집에 갔다 왔잖아. 그 집 어때? 마음에 들어?' '응!'바로 대답하는 유하다 ㅎㅎ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궁금했다. 본인의 방이 생겨서 좋은 건 아닌가...추측하면서 물었다.'뭐가 마음에 들어??' '응? 욕실이 크잖아!!' .....?? 욕실..? 욕실이 너에게는 매우 중요했구나..ㅎㅎㅎ 정말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이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빨리 이사가자~~~~

XXX집에 놀러 갔다 올게~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오후 1시 엄마, XXX 집(가장 친한 친구)에 놀러 갔다 올게~ 유하가 처음으로 혼자서 친구 집에 놀러 간 날이다.신기하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 날텐데, 그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자립이기에, 이 또한 즐거움으로 받아 들여야지. 유하야. 친구들과 많이 많이 어울려서,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렴.아빠와 엄마는 항상 응원할게. 사랑해~

마소라 못 보잖아...

2024년 8월 28일 저녁식사 시간 샤워하고 2층으로 올라오니, 아이들은 밥을 먹고 있고 와이프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와이프가 말한다.'자기야, 유하가 이사가기 싫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까 뭐라고 한 줄 알아??' 도통 감이 안 온다. '모르겠는데?' ㅎㅎㅎ'마소라짱 못 보는 게 싫대 ㅋㅋㅋㅋ' ... 짜식...사랑에 빠졌구나....근데 유하야...아빠는 마소라보다...사쿠라짱이 더 이쁘던데....(내가 이쁘던 말던 그건 상관없지만 ㅋㅋㅋ) 미안해.전학가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들.

아빠한테 더 고맙지

2024년 8월 24일 저녁시간 약속의 시간이 도래했다.유하와 동하의 첫 치킨쏘기!! 유하랑 동하를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유하야, 동하야, 어제 너네들이 치킨 쏜다고 했잖아. 진짜로 쏠거야??'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이구동'응!!!' 좋았으~~~ 분위기를 탔다. 이때다.나 또한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나름 한가닥 하는 협상가가 아닌가!! '오오오~~ 역시 우리 아들들 멋져 멋져!! 기분 낼 때, 조금 더 내면 어때? 엄마 아빠 맥주도 콜??' '콜!!!!!' 해냈다...콜이란다...ㅋㅋㅋ 각 3000엔씩 받아서, 치킨집으로 향했다(너무 없어 보이나요...? ㅋㅋㅋ) 치킨 사고~~ 맥주 사고~~ 집에 와서 맛있게 먹었다. 먹을 준비 끝내고, 유하와 동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유하야, 동하야. 고마워~..